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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5년에 10배 진화한다 <최양희 교수님>

불의 발견, 철기의 발명, 증기기관의 발명과 같은 과학적 진보가 인류의 생활방식과 사회구조에 엄청난 변화와 이득을 주었으나 IT의 영향력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IT의 기술혁신은 그 속도가 매우 놀랍다. IT에서는 1년6개월만에 2배씩 향상된다는 잘 알려진 `무어의 법칙'을 적용하면 15년 만에 1000배의 향상이 있겠으며 이는 5년마다 10배의 변화를 의미한다. 변화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가능하다. 같은 기능과 품질을 5년 뒤에는 10분의 1 가격으로 만날 수 있거나, 같은 가격을 주고 10배나 뛰어난 성능의 제품과 서비스를 5년 뒤에는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것은 지구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인류가 살아온 방식, 사회가 움직인 틀, 산업이 변화해 온 속도 등 모든 것이 5년에 10배라는 엄청난 변화 앞에서는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무력해진다. 한국에서 최근 나타나는 다양한 변혁이 IT의 급격한 도입과 확산의 결과라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그러면 우리는 2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IT혁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가치관과 세계관은 어떤 방향으로 수정되어야 IT혁명이 부작용 없이 인류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인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나름대로 지속되어 오던 질서와 규칙, 그리고 체계가 변화하여야 한다면 어떤 토론과 절차를 거쳐서 진보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무엇보다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고민하는 사회적 움직임이 이제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접근과 연구만이 위의 문제들을 잘 풀어 나가겠으나 직관적인 몇 가지 제안을 한다면 미래예측, 진보된 교육, 롤 모델의 적극적 도입을 들 수 있겠다.

미래사회에 대한 중장기 예측은 매우 어렵지만 사회변화에 대한 대응과 대책을 사전에 준비하기 위하여서 꼭 필요하다. IT혁명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한 소극적인 사후대책이 주를 이루는 이유는 한국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과 연구가 미흡하여 선제적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교육내용과 방식을 IT시대에 맞게 고쳐 나가야 한다. 다양성의 증가, 인터액션 속도의 폭발, 참여와 토론방식의 급격한 변화, 극소수 의견의 존중, 이해집단간의 분쟁 격화를 인정하고 역으로 활용하는 자세가 교육에서 특히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일방적인 지식전달, 스테레오 타입의 양산을 지향하는 커리큘럼 및 평가 방식, 교육기관과 학생의 서열화,획일화된 교육행정은 근본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교육개혁은 IT혁명에서 비롯된 사회갈등의 증폭을 사전에 최소화하는데 꼭 필요한 수단인 것이다. 남이 잘 되는 것을 배 아파하고 남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것이 한국인의 정서라고 한다. IT가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도구로 남용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기도 하다.이제부터라도 훌륭한 개인ㆍ기관ㆍ기업을 롤 모델로 발굴하고 칭찬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포츠나 연예계에는 롤 모델이 많지만 다른 분야에는 롤 모델이 참으로 적다. 존경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존경하는 기업인이 있는가. 과학자ㆍ종교인도 마찬가지이다.

IT분야에는 부침이 매우 크므로 롤 모델이 탄생하기 어렵다. 스티브 잡스ㆍ빌 게이츠ㆍ주커버그처럼 아주 유명한 롤 모델 뿐 만 아니라 작은 성공, 작은 공헌을 한 우리 동네, 우리 학교, 우리 회사의 롤 모델이 많을 때에 IT혁명이 자칫 가져 올 수 있는 상실감과 무기력이 청소년들에게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IT개발, IT산업육성, IT수출이 논의의 중심이 아니라 이제는 IT사회의 준비, IT와 인류의 조화를 생각할 때이다.

글쓴이: 최양희 교수 yhchoi@snu.ac.kr

Thursday, February 9th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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