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세상 변화의 중심이 됐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서 인터넷이 혁신과 변화를 이끌고 있다. 검색 서비스, 소셜네트워크, 스마트폰, 모바일, 클라우드,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인터넷은 현재 20억명이 사용하는 인류 역사상 최고 발명품이다. 인터넷은 한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10년 후에는 40억 사용자와 더불어 1000억개가 넘는 기기가 인터넷에 접속되고 상상을 넘는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터넷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OECD, G20, UN 보고서나 통계에서 항상 인터넷 선진국으로 간주된다. 브로드밴드 보급률, 모바일 인터넷 보급률에서 항상 선두를 달린다. 인터넷에 대한 꾸준한 정책과 관심, 통신사업자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더불어 새로운 기술을 선호하는 국민성이 결합한 결과다. 그러나 과연 10년 뒤 미래에도 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을까.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는 인터넷 대표산업이 없다. 단지 하드웨어와 통신사업자만 있을 뿐이다. 인터넷의 기본인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산업에도 글로벌 한국기업은 없다. 연간 2조달러가 넘는 막대한 인터넷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 한국 기술, 한국 제품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 다행히 인터넷은 지금 격변기다. 10년 뒤 인터넷은 모두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채워져 있을 것이다. 현재 인터넷은 단 1%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도 최근에야 미래인터넷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우리가 미래인터넷에 투자하고 경쟁한다면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이다. 미래인터넷을 향한 경주는 모든 나라, 모든 기업이 다같이 출발점에 서 있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래를 대비한 인터넷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10년, 인터넷 글로벌 리더 도약'이라는 비전을 통해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의 혁명적 변화에 대한 선도적 대처, 세계 최고 스마트 네트워크 구축, 효율적인 대용량 콘텐츠 전달이 가능한 스마트 노드 개발, 미래 선도형 서비스 모델 발굴 등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자칫 네트워크 강국 지위를 잃을 수도 있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라 생각된다. 미래인터넷에 관한 세계 최고 지도자들이 참석하는 '글로벌 미래인터넷' 행사도 최근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제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는 새로운 인터넷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창의성과 실력으로 무장한 젊은 연구자 양성과 함께 사람들이 바라는 인터넷, 미래에 필요한 인터넷이 무엇일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는 미래인터넷을 국가 어젠다로 채택함과 동시에 창의성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제도 개혁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은 글로벌 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분야를 선점하는 동시에 도전적인 벤처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품질 좋고 값싸고 인류 발전과 행복에 기여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통하는 그런 인터넷이 필요하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정보검색을 해야 겨우 필요한 정보를 얻는 단순한 인터넷이 아닌 똑똑한 인터넷이 요구된다. 엄청난 규모로 증가하는 인터넷 상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공공 서비스 개혁을 앞당겨야 한다. 올바른 시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소통하는 민주적 인터넷이 미래인터넷이 가져야 할 모습이 아닐까. 한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인터넷에 과감히 투자할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
글쓴이: 최양희 교수(미래인터넷포럼 의장) yhchoi@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