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 대학 컴퓨터공학과의 Lixia Zhang 교수는 지난 20여 년간 그녀가 개발한 수많은 인터넷 기술로 유명하다. 인터넷 기술과 같은 창의적인 공학기술을 다루는 직업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학생들에게 틈만 나면 강조하는 데 아마 이공계 기피를 의식해서일 것이다.Zhang 교수에게 공학이란 과학과 아주 다르며 매우 흥미롭고 도전적인 분야이다. 과학은 관찰할 수 있는 자연현상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비하여 공학기술이란 문제와 해법을 모두 스스로 만들어야 하므로 훨씬 복잡하고 다채롭다. 예를 들어 물리학이 중력을 연구하는 동안 공학은 엘리베이터를 설계하고 로켓을 만들며 수력발전소를 짓는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훨씬 더 요구되는 것이 공학기술이라는 것이 Zhang 교수 및 필자의 주장이다. 문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는 것인가.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공학과 예술은 같은 부류이다.
공학기술은 무한히 문제를 만들어 나갈 뿐만 아니라 같은 문제에도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은 실용적인 갖가지 공학기술은 산업혁명 이후 경제와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결과 대규모의 공학기술인력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대량으로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교육시스템이 20세기에 정립되었으며 지금까지 유지 발전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학기술의 눈부신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룩한 공학기술자들에게는 충분한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였고 그 결과 이공계 기피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해소할 다양한 정책과 전략이 발굴되고 시행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공학기술자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이해하고 제대로 대우하는 정책이 절실한 것이다.
공학기술자는 무엇을 바라는가? 질 좋고 다양한 일자리, 자기가 창출한 가치나 부에 대한 적절한 분배, 정책 수립이나 의사결정과정에서 적정한 몫을 확보하는 세 가지일 것이다. 국내외 노동통계를 보면 공학기술자는 의사ㆍ경영자ㆍ법조인에게 선호도나 연봉수준에서 크게 밀리는데 위의 세 가지에서의 차이 때문이리라. 이 직업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우선 숫자가 작거나 제한된다. 의사나 변호사가 그렇다. 경영자도 숫자가 크지 않은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공학기술자는 숫자가 매우 많아서 대우가 소홀해 진다면 고급 공학기술자나 연구자를 가려서 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높은 대우를 하는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대학, 연구기관에서는 쉽게 시행할 수 있겠다. 기업에 종사하는 고급기술자에게는 연금, 보험제도의 개선으로 큰 혜택을 줄 수 있겠다.
두 번째로 공학기술자가 창출한 지식에 기반을 두고 얻어진 이익의 큰 부분을 공학기술자 본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시행되었으면 한다. 공학기술자의 대부분은 정액 연봉을 받는데 이는 지식종사자에게 적합한 급여체계가 아니다. 지적재산권, 기술이전에 따른 보상은 물론 상품매출 증가에 따르는 이익분배도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대부분의 이익은 투자자의 몫인데 이는 매우 불합리하다. 다만 이익분배에만 관심을 두면 원천기술이나 시간이 걸리는 기술이 외면당할 우려가 높다. 그러나 이는 합리적이고 유연한 이익분배제도의 도입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이다. 이에 대한 공론화가 시급하며 대학이나 공공기술개발 조직에서부터 시행하면서 제도화를 추진하였으면 한다.
인기 높은 직업들은 또한 정년이 없다. 그리고 전문직으로 일하며 일생을 보낼 수 있고 또한 승진을 걱정하지 않는다.공학기술자는 전문직으로 수 십년을 일하기가 매우 어렵다. 몇 년마다 승진에 시달리고 어느 정도 승진하면 전문직으로 남아 있기 힘들다. 정년 나이가 낮을 뿐 아니라 정년 이전에 경쟁력 저하로 퇴출 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 중에서 한국이 특히 심한 편이다.이를 극복하려면 공학기술 전문직을 활성화하고 기술조직을 단순화해야 한다.
공학기술자가 대우를 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창조하는 자가 대접을 받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이기도 하다.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