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새로운 미래기술을 효과적으로 연구개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는 과학기술자들에게 숙명적인 화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없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한 연구, 실패한 연구는 우리에게 몇 가지 힌트를 주곤 한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미래인터넷 국제학술회의에서 인터넷 기술 분야 석학인 미국 BBN의 크레이그 패트리지가 설파한 여러 가지 힌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인터넷 기술이라는 새롭고 획기적인 발명에 대한 탄생스토리를 분석한 결과 그가 제시한 주요 교훈 중 첫째는 초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기존개념을 파괴한 새로운 발명은 여러 약점을 항상 수반하며 많은 공격을 받기 마련이지만 이를 무시한 집중연구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존의 기술과의 호환성, 최적의 구현, 표준화와 같은 부수적인 것은 다른 연구자들이 충분히 해결해 줄 것이므로 미래기술 연구자는 새로운 개념이 동작하는가를 보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패킷통신, 최선형 데이터 전송과 같은 세상에 없던 인터넷의 기본개념들은 오랜 기간 초심을 지킨 결과 성공한 예이며, ATM은 훌륭한 개념으로 출발했지만 기존응용과의 정합을 지나치게 시도하다 실패한 사례라는 것이다.
IT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다. 미래기술은 수년 후도 예측하기 어렵다. IT 연구는 따라서 불확실한 가운데에서도 획기적이고 과감한 도전이 항상 필요하다. 점진적인 개선보다 때로는 패러다임 전환을 바탕으로 한 혁명적 사고가 훌륭한 결과를 낳곤 한다.
즉 알려진 기술의 성능을 10% 향상시키는데 드는 노력보다, 같은 문제를 10배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고안하는 데 드는 노력이 종종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과거에 존재하지 않던 개념, 방식, 서비스,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알려진 기술을 10% 개선시키는 것보다 때로는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혁신적인 문제해결 방식을 창안하거나, 또는 전혀 새로운 것을 고안하는 데는 기존을 뛰어 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이러한 아이디어는 창의적인 마인드, 창조적인 사고방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를 X-마인드라고 부르고자 한다. X란 상상을 뛰어 넘는 과감한 목표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는 이를 실현 시키는 새로운 방법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전혀 사고가 나지 않는 교통수단, 99% 정확한 자동통역, 질병의 완벽한 통제 등은 현재 기술로 해결하지 못하지만 도전해야 할 X 목표들이다. X에 관한 해외 사례는 많다. Solve for X, X Prize 컨소시엄, 구글 X 와 같이 직접 X를 붙인 예도 많고, TED, 특이점 대학과 같이 창의적 아이디어 소통이나 훈련을 위한 조직도 다양하다. 이들은 X-마인드로 탄생한 수많은 아이디어를 소통시키고 경쟁시키고 자극한다.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용기있는 개인이나 팀은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이런 기회를 매우 반갑게 그리고 열렬하게 활용하고 있다.
X-마인드를 가지는 것은 훈련이 필요하다. 천재라면 모를까 과감한 문제를 설정하는 것조차 평범한 이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그러나 X-마인드는 과학기술의 역사에서 흔히 발견되어 왔고 특히 IT 융합분야에서는 흔하게 관찰된다. 스마트폰, 인터넷, GPS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기술과 제품도 사실은 X-마인드에 의한 작품들이다. 목표 설정에는 높은 상상력과 틀을 파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가 보급되기도 이전인 80년대 초에 2000년에는 50cc짜리 무선전화기가 나올 것이라는 기술예측을 누군가 했었고, 이는 조기 달성되었다. 어떻게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는가 하는 방법은 차차 연구해도 된다. 해마다 두 배씩 성장해야 한다는 매우 단순한 무어의 법칙도 X-마인드와 서로 통하는 개념이다.
X-마인드가 넘쳐나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꿈같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현실로 옮기는데 온 힘을 바친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신나는 일이 아니겠는가.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