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새로운 기술책임자로 영입된 커즈와일은 미래학자로 명성이 드높은 발명가이다. 그가 최근 출판한 책 `정신을 창조하는 기술'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인간 정신이 발현되는 뇌의 구조를 추론하고 증명하는 과정은 그를 21세기의 에디슨이라 부를 만큼 창의적이면서도 치밀하다. 과학과 기술, 인문과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창의적 융합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도출하는 탁월한 식견은 그야말로 경이로울 따름이다. 아마도 10년쯤 후에는 새로운 뇌 이론을 바탕으로 탄생할 새 상품과 서비스가 시장을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몇 주 있으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융합적 창의 아이디어를 통하여 미래를 향한 도약을 달성한다는 창조경제론이 가장 돋보이는 어젠다이다. 구체적으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어 과학기술 및 ICT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론은 현재 상해에서 창조경제연구소장으로 있는 하우킨스가 2001년에 저서를 통하여 주창한 이래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경제성장 논리이다. 특히 유엔에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창조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예술ㆍ인문ㆍ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하는 상상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산업화한 창조기업은 세계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급성장하고 있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는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신산업을 일으키자는 원래의 개념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첨단 융합산업과 벤처생태계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조적 기술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커즈와일과 같은 천재 발명가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지만 융합적 마인드로 무장한 다수의 창의적 인재가 적절한 인센티브를 받을 때 기술창조는 극대화된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시스템을 뛰어 넘는 인재육성 에코시스템이 따라서 절실하다. 이렇게 육성된 인재들이 만들어 내는 아이디어를 다듬고 키워서 산업화하는 국가적 창조 지원시스템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지식재산권과 특허, 상표와 저작권에 대한 무장과 더불어 발명가에 대한 확실한 보상도 확립되어야 한다. 물론 과도한 특허료나 특허전쟁이 공정한 경제질서를 해치는 것은 방지해야 하겠다. 이로써 탄생하는 창의적 상품을 생산하는 창의적 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되어 좋은 질의 일자리를 많이 확보한다는 것이 창조경제론과 창조과학의 핵심이다.
벤처,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누구나 창조적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벤처나 중소기업이 더 창조적이라고 하는데 통계적으로 보면 창조상품은 대기업에서도 나오고 성공할 확률도 더 높다고 한다. 기업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기업문화가 문제인 것이다. 창조기업이란 성장을 전제로 혁신을 장려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들을 일컫는다. 성장에 관심이 없는 대부분의 소규모 중소기업이 아니라 시작부터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인간이 보유한 최고의 자산인 지식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바로 창조기업이다. 연구개발, 소프트웨어 능력은 필수이며 끊임없는 혁신으로 성장을 주도하며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창조기업으로는 융합산업, 문화산업이 대표적일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였던 지식경제ㆍ융합ㆍ콘텐츠ㆍ한류ㆍ벤처 및 1인 창조기업, 소프트웨어ㆍ빅데이터, 연구개발예산 확대는 창조경제나 창조과학의 근간을 이루는 정책과 다를 바 없다. 부족한 것을 채우며 큰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이제 필요하다. 특히 인간, 아이디어, 소통을 기본 개념으로 중시하는 개방형 논의구조를 만들고 여기에서 전략과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다.
첨단상품으로 성공한 기업치고 아이디어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기업은 없다. 일류 기업치고 인재를 소홀히 여기는 곳은 없다. 창조경제와 창조과학을 내세우는 새 정부에서만큼은 규제와 칸막이가 사라지고 창의형 인재, 창의형 기업, 창의형 마인드가 중시되었으면 한다.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