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은 창의적 인재가 많습니까?" K팝과 드라마, 다양하고 맛있는 한국 음식과 막강 한국 스포츠 선수에 놀란 일본 대학교수로부터 지난달 일본 방문시에 받은 질문이다. 과연 그럴까 의심이 들어 자료를 검색해 보니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창의적 직업(creative class)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비율이 한국은 21%에 불과하여 세계랭킹 50위권이었다. 40%를 훌쩍 넘는 유럽ㆍ북미 국가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일본의 17%보다는 그래도 조금 높은 편이니 일본이 부러워 할 만도 하겠다.
창의적 인재는 창의적 일자리를 원한다. 그리고 창의적 일자리가 많아야만 국가의 경쟁력, 개인의 만족도가 향상된다는 것은 각종 조사나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창의적 일자리란 무엇인가? 일상 업무에서 고도의 지적능력이 요구되는 직업을 일컫는데 예를 들면 컴퓨터ㆍ수학ㆍ건축설계ㆍ공학ㆍ금융ㆍ예술ㆍ디자인ㆍ미디어ㆍ경영ㆍ법률서비스ㆍ건강 관련 일자리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의 직업 공통의 속성은 콘텐츠가 풍부하며 개인의 재능에 의하여 일의 성취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일자리의 특징을 표현할 때 흔히 `람보'라고 하는데 탁월한 소프트웨어 기술자 1인이 보통 능력의 100명을 능가하는 작업성취가 가능하듯이 창의적 일자리는 자동화나 제조기술의 의존하는 산업 패러다임과는 거리가 멀다.
창의적 일자리는 어떻게 하면 많아지는가? 창의적 아이디어가 넘쳐나면 창의적 기업이 많아 질 것이고 창의적 기업이 많으면 또한 좋은 일자리가 풍부해질 것이다.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이는 사회 시스템의 유연성이 필수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똘레랑스(tolerance, 관용)가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최근 한국은 연예ㆍ스포츠ㆍ문화 분야에서 대단한 다양성을 과시하고 있으며 이는 높은 한류의 인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한국판 창의적 인재가 전 산업분야로 확산되어야 좋은 창의적 일자리가 많아질 것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좋은 인재, 좋은 투자, 좋은 사회시스템이 존재할 때에 빛을 발한다. 한국은 양질의 연구개발 인력이 매우 부족하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를 받아주는 사회시스템이 미흡한 실정이다. 다만 공공 연구개발 예산은 최근 수년간 급증하였으나 민간 기업연구 투자는 매우 부족한 형편이다.
이제 사회 시스템을 잘 정비하고 민간 투자도 활성화시켜 한국도 창의적 일자리 40%대에 진입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단순 일자리가 아니라 창의적 일자리 만들기로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종업원 숫자나 기업 규모로 따지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전문 창조기업을 육성해야 일자리가 증가하고, 단순제조업이 아니라 IT기반 창의적 융합산업을 지원해야 창의적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확실한 지적재산권 정책으로 보호하고 보상받게 해야 하며 아이디어 발굴을 위한 유연한 연구개발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 국가로 계속 뽑히는 스웨덴의 비결, 가장 교육시스템이 훌륭한 핀랜드의 비결, 창조적 기업육성 강국인 이스라엘의 비밀은 소통ㆍ배려ㆍ유연성에 있다. 한국의 강점인 부지런함, 단결의식, 스피드에 이들을 보탤 수 있다면 창의적 일자리가 풍부한 창의적 국가로 우리도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최양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